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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 관리사. 그 명암고용노동 2025. 4. 4. 23:46

필리핀 가사 관리사. 그 명암
: 한국의 외국인 돌봄노동 실태와 과제: 필리핀 가사노동자를 중심으로
실태와 현황
한국은 현재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노동시장의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생산 가능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제조업이나 건설업뿐만 아니라, 이제는 돌봄노동, 가사노동, 일상생활 지원 영역까지 외국인 노동력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5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취업자는 101만 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한국 사회의 노동 구조가 본격적으로 다문화·다국적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소지한 외국인은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약 29.9%, 약 30만 2천 명으로 집계되며, 이들은 주로 단순 제조업, 농축산업,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주목을 받은 사례는 **서울시가 2024년 8월 6일부터 시행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100명의 필리핀인 가사도우미가 E-9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하였으며, 이들은 한국 가정에 파견되어 가사·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범사업을 넘어, 앞으로 한국의 가사노동 및 돌봄노동의 외국인화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 돌봄노동자가 취득 가능한 비자 종류
외국인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돌봄 노동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특정 비자 유형을 취득해야 한다. 현재까지 돌봄노동이 허용된 비자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H-2 비자 (방문취업비자)
- 재외동포를 위한 비자로, 일정 조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발급된다.
- 중국·구소련 지역 한국계 동포 등이 주요 대상이며, 제한된 업종에서 일정 기간 동안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 가사노동에 직접 종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일부 가사도우미 업무가 가능한 사례도 존재한다.
2) F-4 비자 (재외동포비자)
-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외국인이나, 그 후손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 취업 활동의 제한이 적고, 자유롭게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돌봄노동 종사 비율도 증가 추세다.
3) E-9 비자 (비전문취업비자)
- 한국 내 중소기업이 내국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제도다.
- 비전문 기술직종에 종사할 수 있으며, 최근 서울시 시범사업을 통해 돌봄·가사 분야에까지 그 적용이 확대되었다.
- 2024년 기준, E-9 비자 소지자는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약 30%에 육박하고 있으며, 약 7개월짜리 단기비자 형태로 필리핀 가사노동자에게 발급되었다.
E-9 비자가 기존에는 제조업 위주로 사용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은 비전문 외국인 노동자의 활동 영역을 돌봄 분야까지 확장시키는 사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금 및 서비스 비용
한국 내 가사노동 및 돌봄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월 180만 원에서 22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나 사무직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며,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숙식비, 교통비 등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소득은 더 낮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시범사업에 참여한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의 경우, 2025년 3월 1일부터 서비스 비용을 시간당 1만 6천 원으로 인상하였다. 이를 기준으로 주 40시간 이용 시, 월 294만 600원이 되며, 이는 이전보다 약 51만 5천 원 정도 인상된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 비용이 모두 노동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중개 플랫폼 수수료, 세금, 기숙사비, 의료보험 등 각종 비용이 공제되기 때문에, 실제 노동자가 손에 쥐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다.
이처럼 ‘돌봄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여전히 미흡하다.
문제점
1) 업무 범위의 불명확성
서울시의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문제는 **‘업무 범위의 모호함’**이다. 예컨대 어른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안 되지만, 어른 식기를 설거지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식의 규정은 노동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이러한 혼선은 결국 업무 부담 증가, 노동자의 과도한 서비스 제공 압박, 고객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2) 근로조건의 불균형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하며 월 238만 원의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하지만, 숙소비, 교통비, 식비 등은 자비로 부담해야 하고, 일부 노동자는 업무 강도와 긴 이동 거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는 단지 급여의 많고 적음을 넘어서, 삶의 질과 직업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3) 이탈 및 신분 불안정
사업이 시작된 지 불과 2주 만에 2명의 가사관리사가 공동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했고, 결국 강제 출국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개인 일탈로 보일 수 있으나, 제도적 지원 부족, 심리적 고립, 문화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이처럼 이탈과 이주 불안정성이 반복되면 사업의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하며, 전국 확대는커녕 시범사업 자체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개선방안
1) 고용 안정성과 법적 보호 강화
-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업무 범위, 급여, 근로시간, 휴식시간 등을 명확히 규정한 계약서가 필요하다.
- 노동법 적용 확대: 외국인 노동자도 국내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 강화가 시급하다.
- 상담·고충처리 시스템: 외국인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담센터, 노동권 교육, 신속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2) 사회적 인식 개선
- 공공 캠페인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같은 노동, 같은 존엄’**이라는 가치를 확산시켜야 한다.
- 미디어·학교 교육을 통한 감수성 제고도 병행되어야 한다.
-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시한 협약에 비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노동권, 사회적 보호 등에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와 시민 모두 인지할 필요가 있다.
3) 정책적 뒷받침과 실효성 확보
- 시범사업의 성과 평가 체계 마련: 정량적 지표(근무 유지율, 민원 건수)와 정성적 지표(노동자 만족도, 고객 평가 등)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 숙소 및 생활지원 강화: 공동 숙소 운영에 있어 프라이버시 보장, 편의시설 확충, 정서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
- 문화차이 대응 교육: 이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문화 감수성 교육을 제공하여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돌봄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사회의 품격을 결정한다
외국인 노동자 특히 돌봄노동자는 단순히 '일손 부족을 메우는 인력'이 아니다. 이들은 한국 가정의 일상을 지탱하는 숨은 주체이며, 돌봄이라는 감정노동과 물리적 노동을 함께 수행하는 복합적 노동자다.
그렇기에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보호할 것인가는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노동’과 ‘인권’을 어떻게 정의하고 존중하느냐의 문제다.앞으로 외국인 돌봄노동자는 더 늘어날 것이고, 이 문제는 일시적 대응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제도 설계와 사회적 성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으로 포용적인 사회라면, 보이지 않는 노동에도 존엄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국제노동기구(ILO) 협약: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하여 여러 협약을 비준함. 그중 특히 다음 두 협약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음.
- 제111호 협약(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 대우에 관한 협약): 이 협약은 고용 및 직업에서의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며, 국적에 따른 차별도 포함됨.
- 제131호 협약(최저임금 결정에 관한 협약): 이 협약은 최저임금 결정 시 모든 근로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명시.
이러한 방안을 통해 외국인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궁극적으로 국내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도 더 나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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